
약을 매일 반 알씩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르지 않고 물과 함께 꿀꺽 삼키기만 하면 되니 삶의 질이 수직 상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복용 3주 차쯤부터 말로만 듣던 '쉐딩 현상(Shedding)'이 무섭게 시작된 것입니다.
머리를 감을 때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오는 머리카락의 양이 평소의 2~3배에 달했습니다. 샤워기 거름망이 새까맣게 막히는 것을 보며 "먹는 약이라 독해서 내 머리를 다 날려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극심한 공포감에 휩싸였습니다. 며칠을 불안에 떨다 병원에 다시 연락해 보았지만, 약해진 모발이 밀려나고 새롭고 건강한 모발이 자라나기 위해 '밭을 가는 과정'이니 무조건 버텨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더 휑해진 정수리에 눈물이 났지만,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영영 대머리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꾹 참고 매일 같은 시간에 약을 챙겨 먹었습니다.
탈모는 사람의 자존감을 바닥부터 갉아먹는 무서운 질환입니다. 저 역시 그 고통을 뼈저리게 겪었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며 절망하고 계실 수많은 탈모인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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